"상해·명예훼손·폭행[전파가능성 사건]" (판례, 2020도5813)
그런데 전파가능성 법리는 그러한 위험의 단계에 이르기 전에 불법성을 인정하게 된다.
즉,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과 실제 그러한 상태에 있는 것을 동일하게 보는 것
이다.
다수의견은 전자의 경우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간접적으로 발생시킨 것이라고 하나, 특정
소수에 대한 사실적시 행위만으로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간접적으로도 발생시킨 것으로
볼 수 없다.
그 상대방이 다시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실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만 그러한 위험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것이지 누구에게도 전파하지 않은 경우에는 명예에 대한 침해라는 ‘일반적’ 위험이 발생한 것이 아니다.
위와 같은 측면에서 다수의견은 결국 상대방의 의사와 전파 여부에 따라 피고인의 행위에 대한 평가를 떠나 결과
책임을 묻는 셈이 된다.
이는 처음부터 명예훼손죄의 처벌 대상이 아닌 행위를 공연성 요건으로 포섭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이다.
다수의견과 같이 전파가능성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거나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요구하여 가벌성의 범위를
제한하려고 하는 노력은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될 수 없다.
또한 특정 소수와의 사적 대화나 정보 전달의 경우에도 전파가능성이 있는 경우 공연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거의
모든 사실적시 행위를 원칙적으로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으로, 형법의 보충성 원칙에 반한다
.
위와 같이 본다면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사적이고 개인적인 사실적시 행위를 형벌로 처벌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위와 같은 해석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 대한 사실적시 행위로 개인의 명예가 훼손될 위험이 발생하기 전
단계까지도 범죄화하는 것으로 추상적 위험범인 명예훼손죄를 더욱더 추상적으로 만든다.
사. 전파가능성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구체적 적용에 자의가 개입될
소지가 크다.
사실적시자·상대방·피해자의 관계 등을 기초로 전파가능성을 따지더라도 어떤 경우에 전파가 가능한지에 대한 객관
적 기준을 설정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직장동료나 친구에게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 행위자나 피해자와 어느 정도 밀접한 관계에 있어야 전파할 가능성이
없는지를 객관화하기 어렵고, 이를 증명하거나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전파가능성은 구체적 증명 없이 ‘적
어도 전파될 가능성은 있다’는 방향으로 포섭될 위험이 더욱 커지게 된다.
상대방이 피해자 또는 적시자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평가되더라도 이를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한 경우도
있고(그 전파 경위가 밝혀지지 않은 경우를 전제로 한다), 그 반대로 밀접한 관계에 있지 않다고 평가됨에도 실제 이
를 전파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후자의 경우는 명예훼손 사실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놓이게 되는 위험이 초래되지 않았
는데도 밀접한 관계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기준만으로 공연성이 인정되고, 오히려 전자는 전파가능성이 없다는 이
유로 처벌되지 않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
이러한 해석은 명예훼손죄에서 공연성을 구성요건으로 규정한 취지에도 맞지 않음은 분명하다.
법제처
20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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