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명예훼손·폭행[전파가능성 사건]" (판례, 2020도5813)
수십 년간 전파가능성에 관한 판결들이 축적되었는데도 여전히 명확한 기준을 찾기 어렵고, 상대방과 인적 관계 등
이 유사한 사안에서도 전파가능성에 관한 서로 다른 판단이 내려진 경우도 많다.
전파가능성을 긍정한 사례 중에는 적시의 상대방이 피고인과 피해자의 중학교 동창인 사안(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5도329 판결), 상대방이 피해자의 법률사무를 대리하는 자인 사안(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5도9019 판결),
상대방이 피고인의 직장동료인 사안(대법원 2017. 11. 3.자 2017도13231 결정)이 있다.
전파가능성을 부정한 사례 중에는 상대방이 피해자의 직장동료인 사안(대법원 1998. 9. 8. 선고 98도1949 판결), 피해자
의 친구인 사안(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도4579 판결)이 있다.
위와 같은 긍정례와 부정례에서 피해자와 일정한 친분관계가 있다는 것으로 전파가능성이 있는지를 구분할 수 없
다.
더욱이 상대방이 ‘실제로 전파하였는지 여부’를 공연성의 판단 요소로 삼는 것은 상대방의 전파라는 우연한 결과에 따
라 명예훼손죄의 성립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다수의견은 이와 같은 비판을 고려해서인지 실제 전파
여부는 소극적 사정으로만 고려해야 한다고 하나, 대법원 1994. 9. 30. 선고 94도1880 판결 등에서는 실제 전파되었
다는 점을 공연성 인정의 적극적 사정으로 고려한 바 있다). 명예훼손죄에서 특정 소수에 대한 사적인 대화나 정보
전달은 그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였는데도 위와 같은 경우까지 처벌하기 위하여 구성요건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전파가능성 개념으로 공연성을 대체하는 것이다.
아.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이라고 하더라도 공연성 개념을 달리 볼 이유는 없다.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더라도 사실적시 행위를 공공연하게 할 것을 요구하므로 그 공연성 개념은 명
예훼손죄의 공연성과 동일하다.
정보통신망을 통하더라도 특정 소수에게만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여전히 공연성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이러한 행
위는 형법이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의 규율대상이 아니다.
즉, 정보통신망, 예컨대 이메일이나 SNS 메시지를 통해 친구 1명에게 사실을 적시한 것과 편지를 쓰거나 대면하여 말로
하는 것은 특정된 소수에게 사실을 적시하였다는 행위 양태가 동일한 것이고,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였다고 해서 명
예에 대한 침해의 일반적 위험성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인터넷과 과학기술의 발달로 정보의 무한 저장과 재생산으로 인한 명예훼손의 피해 정도와 범위가 넓어지는 문제
는 양형에 반영하거나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가중처벌로 해결되어야 하고, 이를 이유로 공연성의 개념이 변경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자. 전파가능성 법리를 통해 공연성의 범위를 확대하여 명예훼손 처벌을 강조하는 것은 외국의 입법 추세와도 동떨
어진 것이다.
명예에 관한 죄는 고대의 로마법과 게르만법에서 유래하였는데, 이는 권력자나 지배계급을 위한 제도로서 일반 시
민의 비판을 막기 위해 존재해 왔다는 연원적 특성이 있고, 실제 우리 사회도 그러한 경험을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최근에도 미투(Me Too) 운동에서 보는 것과 같이 명예훼손죄가 성폭력 피해자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가로막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오히려 피해자가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모순적인 상황도 발생한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하여 각국은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
벌을 폐지하고 민사적인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
법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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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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